모방 심리학: 따라 하는 우리 아이, 왜일까?
어느 날 아이가 제 말투를 똑같이 따라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이게 언제부터였지?' 싶었죠. 알고 보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수없이 많은 것을 따라 하며 살아갑니다.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마찬가지고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모방'이라는 심리 메커니즘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정체성 형성에 관여하는지 풀어보려고 해요.
모방이란 무엇인가?
모방(imitation)은 다른 사람의 행동, 말투, 감정 표현, 사고방식 등을 흉내 내는 행위를 말합니다. 우리는 유년기부터 성인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모방을 하면서 자랍니다. 특히 아동기에는 언어, 사회성, 감정 조절 등 많은 부분이 '모방'을 통해 학습이 되죠.
심리학자 알버트 밴두라는 모방을 '관찰학습'의 핵심 요소로 보았어요. “꼭 내 경험이 아니어도, 다른 사람의 행동과 결과를 관찰하면 뇌가 학습한다”고 말했죠. 이게 바로 모델링 개념이에요. ‘보는 것만으로도 배운다’는 것이 핵심이죠.
아이는 왜 따라 할까?
아이들은 모방을 통해 세상을 배워갑니다. ‘말’을 배우기 위해 부모의 입 모양을 보고 따라 하고,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엄마의 얼굴에 나타난 표정을 읽죠. 그뿐만 아니라 사회적 규칙, 도덕, 문화 등도 대부분 모방을 통해 습득을 해요.
모방 영역 | 예 시 |
---|---|
언 어 | 부모의 말투, 억양, 자주 쓰는 단어 |
감 정 | 엄마가 짜증 낼 때 함께 찡그림 |
행 동 | 동생에게 부모처럼 혼내기 |
태 도 | '나 공부 못 해'처럼 자기 인식까지 따라함 |
모방, 동일시, 내면화는 다르다
사람들은 종종 모방과 동일시, 내면화를 같은 것으로 생각하곤 해요. 하지만 이 셋은 다릅니다. 모방은 외적인 흉내 내기, 동일시는 정서적 연결, 내면화는 그것이 나의 일부가 되는 과정이죠.
- 모방: 겉으로 보이는 행동을 그대로 따라함
- 동일시: 정서적 유대가 형성된 대상에게 자기를 투영
- 내면화: 모방하거나 동일시한 가치가 자기 가치관으로 흡수됨
예를 들어, 아이가 아빠 말투를 흉내 내는 건 모방입니다. 아빠처럼 되고 싶어 하는 건 동일시, 그리고 강함을 추구하는 아빠를 보면서 "나는 무조건 강해야 해"라고 믿게 된다면 내면화된 거예요.
건강한 모방과 해로운 모방
모든 모방이 긍정적인 건 아니에요. 사회 규범이나 정체성 형성에 모방이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비판 없는 수용과 따라하기는 해가 될 수 있어요. 특히 청소년기에는 또래나 SNS 영향으로 바람직하지 않는 방법의 모양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구 분 | 내 용 |
---|---|
건강한 모방 | 역할 모델의 가치, 습관, 책임감 등을 배우는 과정 |
해로운 모방 | 폭력, 비속어, 외모지상주의 등 비판 없는 모방 |
아이의 모방 행동
아이의 모방을 잘 살펴보면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모방은 말보다 솔직한 신호일 수 있거든요. 그 안에는 감정, 욕구, 이상적인 자아상까지 담겨 있기도 하죠.
- 자주 따라 하는 대상이 있다면? → 아이가 그 사람에게 정서적으로 끌리고 있다는 것
- 갑자기 말투가 달라졌다면? → 새 환경이나 또래 문화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
- 해로운 행동을 따라 한다면? → 관심받고 싶어서/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의 표현일 수 있어요.
- 자기 자신을 낮추는 말까지 흉내 낼 때? → 흉내가 자신의 이미지가 될 위험성/자존감에 주의, 예)난 바보야
모방을 자아로 통합하는 힘
모방은 자아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하지만 따라 하기에서 끝나면 안 돼요. ‘나만의 방식’으로 그걸 녹여내야 하죠. 이것을 자기화, 또는 ‘소화된 동일시’라고 부릅니다.
모방 → 선택적 동일시 → 내면화 → 자기화까지, 이 과정은 한 사람이 성숙해가는 과정이에요. 아이의 내면이 자라기 위해선 비난보단 관찰, 제재보단 대화가 필요하겠죠.
- “넌 왜 자꾸 걔처럼 말해?”보단 → “그 말투는 왜 따라하는 거야?”
- “그 행동 하지 마!”보단 →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알고 싶은데 알려 줄 수 있어?”
4. 또래 아이들을 따라 하기만 하는 게 걱정돼요.
5. 부모의 어떤 행동을 가장 많이 모방하나요?
아이의 모방 행동을 보면 걱정이 앞설 수 있어요. 하지만 그건 아이가 세상을 이해하려는 방식이고,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입니다. 따라 하기를 나무라기보단, 그 안에 담긴 마음을 들여다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오늘 글을 통해 우리 아이의 ‘따라 하기’가 성장의 징후라는 걸 다시 한 번 떠올려보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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